독일 일상

[세균성 뇌수막염 part 1] 독일에서 구급차, 응급실, 입원까지

Spezi 2025. 1. 31.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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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의 1월을 패기 넘치게 시작했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1월 초 어느 날 아침.. 생전 느껴보지 못한 두통과 함께 기상했다. 출장을 나와있었고 숙소가 좀 추웠다고 생각해서 그냥 감기증상인 걸까 싶었다. 그러고 출근을 하려 숙소를 나와서 한 10미터쯤 걸었나.. 갑자기 두통이 너무 극심해지고 구토를 시작했다. 무엇인가 잘못되었음을 확신했고 앰뷸런스를 부르기 위해 112에 전화했다. 전화를 하니 주소를 말하라고 했고, 나도 이곳의 주소를 잘 몰라서 구글맵을 찾아 주소를 얘기했다. 구급대원들이 도착했고 먼저 동공을 확인하고, 알레르기 여부를 물었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무슨 주사도 맞은 것 같은데.. ) 구급차를 타서 병원까지 가는 길에 구토가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응급실에 도착했다.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빛이 있으면 너무 고통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응급실에서는 소리와 목소리만 기억이 난다. 의사들이 몇 가지 질문들을 했고 피검사도 했다. 내 고개를 앞으로 숙여보려 했고, 다리가 움직이는지 등도 확인했던 것 같다. 그러더니 뇌척수액 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뇌척수액 검사요??? 그거 아프다고 들었던 것 같아서 하기 싫었다 ㅋㅋㅋㅋ 하지만 두통이 너무나 강력해서 사실 뇌척수액 검사는 딱히 아픈 기억이 없다. 고통이 너무 심해져서 입에서 제발 살려달라는 얘기가 나왔다. 의사들이 강력한 진통제를 투여해 줬다. 그랬더니 고통이 좀 줄어들었고 대신 몸을 가누기가 힘들어졌다. 뇌척수액 검사를 다시 했다. 진통제 때문인지 이때는 아예 느낌조차 잘 나지 않았던 것 같다. 근데 다리는 좀 저릿했던 것 같기도.. 
내 정신을 차리게 하기 위함인지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다들 뮌헨에 사는 내가 이 시골 지역에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했다. 나도 내가 출장을 와서 외딴 지역에서 이렇게 응급상황을 겪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하하..
나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지만, CT와 X-ray를 찍었다. 들것에 실려 움직여졌다. 그렇게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중환자실에 있었다.
 
중환자실에서 눈을 뜨니 매우 많은 약물들이 정맥 주사를 통해 주입되고 있었다. 그리고 옷은 병원복으로 입혀져 있었고.. 몸에 소변줄이 꽂혀있었다.. 응..? 왜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인가..
간호사들이 들어와서 독일에 나를 돌봐줄 가족이 있냐고 물었다. 가족은 없지만 애인이 뮌헨에 살고 있다고 했고, 전화번호를 알려주어서 간호사분들이 테판이에게 연락을 했다. 하지만 중환자실이라 면회는 불가능했다.
그리고 이때 비록 약에 헤롱거리며 타이핑은 제대로 못했지만 가족들에게 연락을 했다. 전화가 오고 다들 걱정을 시작했지만 전화받을 정신은 없었다. 다시 괜찮아지면 연락하겠다고 했다.
중환자실에서 물을 마시려고 고개를 들거나 머리를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바로 토가 나왔다.
움직이는 게 힘들기는 했지만 소변줄이 꽂힌 것이 너무 불편해서 빼달라고 했다. 
그렇게 아주 정신없는 첫날이 지나갔다.
 
둘째 날에는 MRI와 무슨 뇌 활성도 검사 같은 걸 했다. 그리고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중환자실에서 나를 돌봐주던 간호사분이 침대를 옮겨주셨다. 그리고 꼭 건강하게 퇴원해서 나가길 바란다고 응원해 주셨다.
일반병실로 이동한 후부터는 음식이 나왔다.
한국의 병원밥에 비하면 웃음만 나온다..
 

빵 두쪽에 계란 하나.. 🥚
그나마 이게 가장 먹을만 했다 ㅜㅜ 사과를 갈아 놓은 것(?).. 병원도 너무 춥고 환자복도 그냥 얇은 천인데 차가운 빵은 목구멍으로 안넘어가고.. 차라리 사과 갈은게 나았다. 🍎
빵을 못먹겠다고 하니까 푸딩을 준다 ..ㅎ 달다..
노란것은 푸딩이오.. 빨간 것은 케쳡이오.. 핑크색은 소세지 갈은 것..
언제부터인가 체념했다..

 

이렇게 약을 계속 맞는다. 항생제.. 진통제.. 그리고 또 저 큰통은 뭐였더라..

 
아무것도 못 먹고 간 사과로 삼시 세끼를 힘겹게 버텨갈 때 쯤.. 뮌헨에서 테파니가 도착했다.
먹고 싶은 게 뭐냐 해서 과일이라고 했다. 어차피 여기서 한국음식을 바랄 수는 없고, 그냥 과일이나 채소 자체는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과일부자가 되었다.. 🍊🍌🍐

 
 
그리고 구급차로 실려가는 날 아무 짐도 챙기지 못하고, 구급대원들이 보험카드가 어디 있냐고 물어보아서 보험카드가 들어있는 가방만 달랑 들고 오게 되어서 옷도 없고.. 핸드폰 충전기도 없었는데, 테판이가 옷들과 충전기.. 이북리더기 등을 가져다주어서 좀 병원생활을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문제는 통증이 매일 밤 너무 심해서 핸드폰이고 뭐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는 것.
매일매일이 두통과의 싸움이었다. 너무 아파서 호출버튼을 눌러 진통제를 달라고 해도 하루에 맞을 수 있는 양을 다 맞아서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 너무 아프고 서러워서 종종 이불속에서 울었던 것 같다. 특히 밤에 더 아팠는데 간호사분들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었고 열이 심하게 나면 물수건을 올려주셨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갔다.
 
 
2025.01.31 - [독일 일상] - 독일에서 세균성 뇌수막염 part 2 - 항생제와의 싸움/하혈/경식도 심장초음파 검사/재활?/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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