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일상

[세균성 뇌수막염 part 2] 독일 구급차 응급실 입원 비용 (공보험), 항생제와의 싸움, 하혈, 경식도 초음파 검사

Spezi 2025. 1. 31.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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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주는 항생제와의 싸움이었다.
독한 항생제를 하루에 3번 맞으면서 독일 병원에서 주는 음식으로 버티기에는 무리였던 것 같다.
음식 사진은 여기에 많이 올려두었다. 빵..빵...빵....ㅃ...
2025.01.31 - [독일 일상] - 독일에서 세균성 뇌수막염 part 1 - 구급차/응급실/입원 후기

독일에서 세균성 뇌수막염 part 1 - 구급차/응급실/입원 후기

2025년의 1월을 패기 넘치게 시작했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1월 초 어느 날 아침.. 생전 느껴보지 못한 두통과 함께 기상했다. 출장을 나와있었고 숙소가 좀 추웠다고 생각해서 그냥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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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시 토를 시작했다. 일주일 정도 토를 하지 않아서 그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항생제만 맞으면 바로 다 토해서 항생제가 그대로 나왔다.
토를 하면 온 화장실이 항생제 냄새로 진동을 했다. 정말 끔찍한 냄새였고, 항생제 냄새는 이제 상상도 하기 싫다.
호출버튼을 눌러서 항생제를 맞으면 계속 토를 하는데 어떻게 하냐고 했다. 결국 다음날 의사를 만났고 먹는 약으로 바꾸고 일주일 더 연장해서 입원을 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끔찍한 소식이었지만 그래도 항생제를 맞는 것보단 나을 듯싶었다.
그런 얘기가 오가다가 감염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지금 쓰는 약을 바꾸는 것보다는 하루에 3번에서 2번으로 줄이자고 했다. 그래서 아침과 자기 전에 항생제를 맞게 되었다.
 
약을 이기려면 무조건 먹어야 한다고 했다.

이게 저녁이다. 매일 저녁이 이거였다. 여기서 가끔 달라지면 토마토랑 치즈대신에 피클이 나온다 ^^
먹어보려 노력했다.
이건 다른날 저녁

 
결국 퇴원하는 날 아침까지 항생제를 토했다.. 하하핳..
집에 와서 몸무게를 재보니 5-6킬로가 빠졌는데 놀라운 일도 아니다.
 
뇌수막염이 단순히 뇌에만 영향을 주는 건 아니었다.
내가 감염된 박테리아는 종종 심장에도 영향을 주어서 경식도 초음파 검사를 하고 결과에 따라 심장 수술을 하게 될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소식을 들었다.. 이렇게 건강했던 내가 심장 수술을 할 수도 있다니 꿈인가 싶었다.
경식도 초음파 검사는 또 뭔가 하고 찾아보니 위내시경이랑 비슷한데 다른 점은 초음파로 심장을 관찰한다는 것.. 마취를 하고 진행하게 되는데 나는 태어나서 마취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이 검사를 하기 전에도 많이 긴장했다.
마취는 프로포폴을 이용해서 하게 되었고, 중간에 정신도 들었는데 그래도 많이 불편하지는 않았다.
정말 다행히도 심장에 문제는 없다고 했다. 이 소식을 듣고 가족들이 많이 울었다.
 
하나의 문제가 끝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것인지.. 하혈을 시작했다. 생리기간도 아니고 평소에 생리도 정확한 시점에 하는 편이라 이건 뭔가 잘못된 것이 분명했다. 병원에서 산부인과로 보내주어서 구급차를 타고 산부인과를 다녀오는 경험을 했다. 여러 검사 결과 딱히 이상한 것은 발견하지 못했고, 아무래도 항생제를 많이 맞아서 호르몬 변화가 일어난 것 같다고 했다.
 
 
하.. 사실 이거 말고도 MRI를 찍은 결과 코에 부종이 발견되어서 이비인후과도 다녀오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다른 병원도 참 자주 다녀왔다.
 
 

병실에 3명이 들어올 수 있는데 나혼자 병실을 사용한 하루가 있었다. 그날 찍은 사진..

 
사실 병실이 너무 열악했다. 정말 좁은 곳에 다닥다닥 들어가 있다. 사이에 커튼도 없고..
할머니 두 명과 병실을 사용했는데 다들 걷지 못해서 병실 안에서 소변과 대변을 보는데 정말 팔하나 뻗으면 닿는 자리에서 나는 또 나 나름대로 괴로웠다. 그 때문에 나도 하루도 제대로 잔 날이 없다. 호출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할머니들이 계속 소리를 지르고.. 오는 간호사나 도우미들은 없고 그러면 내가 일어나서 그들을 불러온 날들도 너무 많다. 나도 걷기 힘든데 너무 괴로웠다.
 

얼마나 초췌한 몰골인지 확인해보기 위해 찍은 셀카 한장..
병실에서 유일하게 기다린 순간은 해가 지는 순간.

 
재활 얘기가 나왔다. 병원에서 퇴원한 후 3주간 재활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재활 신청을 담당하는 사람이 나를 슈투트가르트 근처에 있는 재활 센터에 신청을 했고, 뮌헨에 사는 나는 썩 내키지 않았다. 그리고 어떤 재활을 하는지, 커리큘럼은 무엇인지 아무런 설명 없이 신청서에 사인하라고만 하고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하니 시간이 없다고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 결국 재활을 하지 않기로 했다.
병원은 아니지만 또 집이 아닌 다른 곳에 가서 3주 동안 생활하기 싫었고, 여러모로 내키지 않았다. 그리고 정말 재활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면 뮌헨 근처에서 알아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뇌수막염이 걸리고 재활까지 야무지게 무료로 챙겨주는 독일의 의료서비스는 정말 좋다고 느껴졌다.
 
또 내가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도 가고, 2주를 입원하고 여러 가지 검사(CT, MRI, Xray, 초음파 검사 등)를 받고, 외래 진료도 받고 했는데 총 청구된 금액은 하루에 10유로가 나왔다. 이 하루 10유로는 입원을 해서 청구되는 금액이다. (참고로 나는 공보험을 이용하고 있다. 만약에 보험이 없는 경우라면 얼마가 청구될지는 모르겠다..)
퇴원하는 날 아무런 결제도 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고, 청구서가 집으로 날아온다.

대단한 병실이나 서비스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빠른 판단으로 목숨도 살려주었는데 이 모든 것을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받다니.. 이런 건 최고다.
 
맨날 월급에서 세금이 반이라고 불평불만을 했는데 여기서 내가 혜택을 보는구나 싶기도 했다..
물론 혜택 안 봐도 되니까 아프지 않은 게 최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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